[2009년 서울] 서울 부동산 첫인상: 자취생이 본 집값 현실

서울 부동산의 첫인상과 회고

제가 처음 서울에서 자취를 시작한 것은 2009년 여름이었습니다. 당시 누나가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었고, 대학교 근처 1.5룸에서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대학 입시를 준비하느라 누나와 함께 자취를 하게 되었고, 이것이 서울에서 살게 된 첫 경험이었습니다.

첫 자취의 기억

여름에는 에어컨 없이 지내기가 너무 힘들었고,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 통풍이 제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겨울이 되면 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아 화장실에서 샤워하는 것도 어려울 정도로 추웠습니다.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으로서 서울에서 생활하려면 이런 환경을 감수해야 하는구나 싶었습니다.

 

그러면서도 2호선 잠실철교를 지나며 지하철 창밖으로 보이는 수많은 아파트 불빛을 볼 때면 왠지 모를 설렘이 있었습니다. ‘아파트가 저렇게 많은데, 정작 내가 살 집은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당시에는 그런 아파트들이 얼마 하는지, 내가 얼마를 벌어야 그 집을 살 수 있는지 전혀 감이 없었지만, 그래도 저 수많은 아파트 중 한 채쯤은 내 것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희망이 있었습니다.

2009년 서울 부동산 시장

돌이켜보면, 당시 제가 이런 희망을 가졌던 이유는 중산층이 열심히 돈을 벌고 저축하면 서울에서 아파트를 살 수 있는 시대였기 때문입니다. KB국민은행 부동산 데이터허브의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 Price Income Ratio)을 보면 2009년 1분기 서울의 PIR은 8.3이었습니다. 이는 서울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사람들의 중간 소득이 5,400만 원,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이 4억 5천만 원이었던 시절입니다.

 

물론 연소득 전부를 저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이론적으로 8.3년간 소득을 모으면 서울에서 괜찮은 아파트를 마련할 수 있는 수준이었습니다. 즉, 2009년의 서울 부동산 시장은 일반적인 중산층이 성실하게 저축하면 내 집 마련이 가능했던 시기였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PIR이 낮아 열심히만 하면 된다는 순진한 믿음을 가질 수 있었던 때였어요.

 

그 시기에는 재테크에 대한 관심도 지금보다 훨씬 덜했습니다. 정보가 넘쳐나지 않아 부동산에 목매는 분위기가 덜했고, 주식이나 투자보다 저축이 더 익숙한 시대였죠. 무엇보다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지 않아 쫓기듯 집을 사야 할 압박이 크지 않았던 것이 큰 요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몇 년 뒤, 서울 부동산이 완전히 다른 세상을 보여줄 줄은 그때는 미처 몰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