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건축물은 반대로 우리 삶에 큰 영향을 준다
건축이 시작되기 전의 공간은 무한하고 광활하다. 어디서 부터가 시작이고 어디까지가 끝인지 알 수없다. 이러한 공간은 우주처럼 막연하게 느껴지지만, 벽이 세워지면 이전에는 인식하지 못했던 공간이 비로소 드러나기 시작한다. 우리는 주로 아파트라는 공간에서 생활한다. 주로 2.5m 쯤 높이에 10평대 부터 100평대까지의 공간이다. 우리가 이 벽과 천장의 공간을 만들었지만 이 공간이 만들어진 이후에는 그것이 오히려 우리의 생활을 통제한다. 이러한 공간들이 모여서 도시가 형성된다. 도시는 사람의 손을 떠난 순간 그 안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변화한다. 각각의 건축물과 도시가 다른이유는 그 안의 사람들과 그들이 어울려지내는 삶이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건축과 도시에 관심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유현준 교수님은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우리 삶에 영향을 끼치는 도시의 15가지 모습을 인문학적으로 풀어 내시며 이글을 쓰고있는 본인과 같은 건축과 도시 초보에게 우리가 살고싶은 도시는 무엇인가? 우리가 살고 싶은 공간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보게끔 한다.
책의 목차 (15가지의 인문적시선)
- 제1장 : 왜 어떤 거리는 걷고싶은가?
- 제2장 : 현대 도시들은 왜 아름답지 않은가?
- 제3장 : 펜트하우스가 비싼이유
- 제4장 :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뉴욕이야기
- 제5장: 강남은 어떻게 살아왔는가: 사람이 만든도시, 도시가 만든사람
- 제6장: 강북의 도로는 왜 구불구불한가
- 제7장: 교회는 왜 들어가기 어려운가
- 제8장: 우리는 왜 공원이 부족하다고 말할까
- 제9장: 열린공간과 그 적들: 사무실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제10장: 죽은 아파트의 사회
- 제11장: 왜 사람들은 라스베이거스의 네온사인을 좋아하는가?
- 제12장: 뜨는 거리의 법칙
- 제13장:제품디자인vs건축디자인
- 제14장:동과 서:서로다른 생각의기원
- 제15장: 건축이 자연을 대하는 방식
15가지 인문학적 시선
서점에서 처음 책의 목차를 둘러보고 흥미로운 주제들이 많아서 결국 구매하게 되었다.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는 작은 골목부터 뉴욕의 센트럴파크에 이르기까지, 도시 속에 담겨 있는 정치, 경제, 문화, 역사, 과학을 읽어 내고, 도시와 인간의 삶이 서로 영향을 주면서 공진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래는 15가지의 주제 중 본인에게 흥미로웠던 부분을 일부 발췌한 것이다.
당신은 어떤 거리를 걷고 싶은가?
명동과 광화문 세종대로 중 어느 거리를 걷고 싶은가? 명동은 상점이 밀집해 끊임없는 선택과 경험을 제공하는 반면, 세종대로는 대형 건물들이 일정한 풍경을 유지하며 다소 단조롭다. 보행자의 속도와 공간의 속도가 일치할 때 걷는 경험은 더욱 즐거워진다. 명동은 보행자 중심의 공간으로 설계되어 공간의 속도가 걷는 속도와 유사하지만, 세종대로는 차량의 속도가 지배적이어서 보행자 친화적이지 않다.
펜트하우스가 비싼 이유
공간 디자인은 권력 구조를 반영한다.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구조는 권력을 상징한다. 펜트하우스는 외부로부터의 시선을 차단하면서도 주변을 내려다볼 수 있는 특권을 제공한다. 반면, 옥탑방은 가장 높은 위치에 있지만 보안이 취약하고 구조적으로 권력의 상징에서 배제된다.
감시는 항상 나쁜 것인가?
감시는 권력의 도구이지만 반드시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뉴욕 센트럴파크는 넓은 공간으로 인해 사각지대가 많아 치안이 불안정한 반면, 보스턴 코먼은 주변 주거지와 밀접해 자연스럽게 감시 기능이 작용하며 안전성이 높다. 즉, 열린 감시는 공공 안전을 강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면적 vs. 체적
부동산에서 공간을 평가할 때 주로 면적(㎡)이 강조되지만, 실제로는 체적(부피)이 공간 경험에 큰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성 베드로 성당의 웅장한 내부 체적은 방문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체적이 클수록 공간의 주인은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뉴욕의 로프트: 건축과 경제의 연결고리
뉴욕의 로프트는 원래 산업용 건물이었지만, 산업 쇠퇴로 인해 예술가들이 저렴한 임대료로 입주하면서 문화 공간으로 변화했다. 이후 부유층이 유입되며 부동산 가치가 상승했고, 예술가들은 다시 저렴한 지역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반복되었다. 이는 도시 개발과 부동산 가치 상승의 패턴을 보여준다. 그리고 젠트리피케이션의 현상에 대해서도 설명해준다.
우리가 TV를 보는 이유
과거에는 마당을 통해 계절과 자연의 변화를 감상할 수 있었지만, 현대 아파트는 이러한 경험을 제공하지 않는다. 베란다는 기능적인 공간으로만 활용되며, 자연과의 교감이 줄어든다. 공간은 물리적 크기보다 그 안에서 축적된 기억과 경험이 중요하며, 다양한 경험이 쌓인 공간은 실제보다 더 크게 인식된다.
결론
결론적으로 건축과 도시는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인간의 행동과 문화를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좋은 건축과 도시는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며, 공간 속에서 새로운 경험과 가치를 창출한다. 건축과 도시 설계가 우리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