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첫 원룸을 구하며 느낀 부동산 현실
2017년, 지방 대학을 졸업한 후 서울에서 취업 준비를 하다 운 좋게 직장을 얻었습니다. 그때 처음 살게 된 곳은 2호선 라인의 한 원룸이었습니다. 4평 남짓한 작은 공간이었지만, 전세 가격은 7천만 원에 달했습니다. 그 원룸은 경사 50도에 가까운 골목 끝에 자리 잡고 있었고, 겨울이면 너무 미끄러워 시에서 미끄러지지 말라고밧줄까지 설치해둔 곳이었습니다. 방 안도 열악해서 화장실에서 볼일을 볼 때 앞 벽에 다리가 닿아 뻗을 수도 없을 정도였습니다.
당시 지방에서는 7천만 원이면 괜찮은 원룸을 구하거나 아파트 전세도 가능했지만, 서울에서는 그 작은 원룸이 그 가격이었습니다. 전세라는 개념도 낯설었고, 부동산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었습니다. 등기부등본이 뭔지도 몰랐던 때였죠. 결국 부모님이 올라오셔서 집을 같이 봐주셨고, 대출을 받아 저에게 빌려주셨습니다.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 원룸을 구하면서 느낀 인상은 ‘주거가 열악한데 비싸다’였습니다.
'서울에 내 집 하나 없을 수 있겠다'
그렇게 서울에서 생활하던 중, 2017년에 지금의 아내를 만났습니다. 오랜 연애 끝에 2020~2021년 즈음, 자연스럽게 결혼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날 아내에게 어떤 집에 살고 싶냐고 물었더니, 그녀는 당연하다는 듯 “방 3개에 화장실 2개가 딸린 아파트”를 원한다고 했습니다. 그 순간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서울에서 그런 아파트를 사려면 엄청난 대출이 필요했고, 당시엔 대출을 많이 받는 게 죄악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제 머릿속엔 ‘허름한 빌라라도 시작하는 게 맞지 않나? 우리 형편에 맞춰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뿐이었습니다. 이런 차이로 아내와 여러 차례 대화를 나눴습니다. 처음엔 “빌라에서 시작하는 게 현실적이다”라며 그녀를 설득하려 했지만, 아내도 완고했습니다. 아파트가 주는 안정감과 생활의 질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죠.
이 대화는 단순한 의견 차이를 넘어, 집이 우리 미래의 기반임을 깨닫게 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서울 부동산 시장은 급격히 상승 중이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집값을 잡겠다며 취득세 중과, 종부세, 양도세 중과 등 규제를 쏟아냈지만, 시장은 오히려 폭등하며 정책을 비웃는 듯했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서울에서 내 집을 마련하는 게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좌절을 느꼈습니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며 ‘저 많은 건물 중 내 집 하나는 없을까?’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현실은 냉혹했고, 내 집 마련이 평생 꿈으로 끝날지도 모른다는 절망감이 밀려왔습니다.
당시 KB부동산 데이터허브에 따르면, 2021년 3분기 서울의 PIR(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은 13.6까지 치솟았습니다. 중간 소득자가 아파트를 사려면 13.6년 동안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2009년 PIR이 8.3이었던 때와 비교하면, 불과 10여 년 만에 그 간극이 크게 벌어진 셈입니다. 그 순간 결심했습니다. 부동산에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평생 내 집을 가질 수 없겠다고. 그래서 부동산 책과 경제 서적을 읽으며 공부를 시작했고, 종잣돈을 모아 서울에서 내 집을 마련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부동산은 단순한 자산이 아니라 삶의 기반임을 깨달았습니다. 그 깨달음을 안고 이제 내 집 장만을 향한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너무 큰 꿈이지만 작은 것 부터, 할 수 있는 것 부터 하자라는 생각으로 계획을 세우기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