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신혼집에서 시작된 내 집 마련 가치관의 충돌
저희 부부는 오랜 연애 끝에 2021년 결혼하기로 결심합니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그 때 전염병보다 더 무시무시한 것이 있었으니 바로 무섭게 오르는 서울의 집값이었습니다. 저희는 둘 다 시골에서 상경한 케이스였는데 낯설고도 치열한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신혼집을 고르는 일은 단순한 주거 선택을 넘어 서울살이의 첫 단추를 어떻게 끼울 것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기도 했습니다. 당연히 매매를 하고 싶었지만 이미 집값은 넘볼 수 없는 가격으로 오른 상태라, 전세 혹은 월세를 알아보기 시작하였습니다. 당시에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금리가 역대급으로 저렴하여 전세 혹은 월세가 지금보다는 감당가능 한 수준이었던 점입니다. 아파트 월세와 전세이자를 꼼꼼히 비교하여 결국 2호선 라인 신축아파트 월세를 신혼집으로 구하게 되었습니다.
2호선 신축 월세 아파트, ‘조건부 만족’
결혼을 준비하며 저는 가능한 한 주거비를 아껴 종잣돈을 모으고 싶었습니다. 반면 아내는 쾌적한 주거 환경과 일상 속 삶의 질을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그러던 중 서울 2호선 인근에 신축된 아파트를 저렴한 월세 조건으로 구할 수 있었고, 방 3개, 화장실 2개라는 구조는 아내에게도 큰 만족을 주었습니다. 저는 “이 정도 입지와 조건이면 평생 살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가성비에 감탄했습니다.
‘남의 집’이냐 ‘싸게 사는 집’이냐, 철학의 충돌
2021년 결혼 이후 서울의 PIR(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주택구입부담지수 또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무리한 매수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던 시기였습니다. 저는 이런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금은 거품이다. 앞으로 반드시 조정이 올 것이다”라고 확신했고, 당시 살고 있던 신축 아파트의 월세도 시세 대비 저렴했기에 알뜰하게 종잣돈을 모아 천천히 기회를 기다리자는 입장이었습니다. 반면 아내는 지금부터라도 집을 꾸준히 알아봐야 나중에 진짜 기회가 왔을 때 ‘좋은 매물’과 ‘위험한 매물’을 구분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거주 목적이라면 지금부터 준비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죠. 실제로 2017년 이후 서울 아파트 가격은 빠르게 상승해 왔으며, 통계청에 따르면 서울의 주택보급률은 꾸준히 하락 중이었습니다. 공급 부족이 장기적으로 가격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아내의 주장은 일리가 있었습니다. 저는 과열된 시장을 지켜보며 조금 더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고 느꼈고, 아내는 ‘시장의 온도’보다도 ‘경험과 안목의 축적’을 더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서로의 입장은 타당했지만, 방향은 달랐습니다.
한 번은 대화가 격해진 적도 있었습니다. 아내가 “이 집은 결국 남의 집이잖아”라고 하자, 저는 “집값이 앞으로 떨어질 건데 현재 살고있는 집의 월세가 싸면 그게 이득이지”라고 맞받아쳤습니다. 목소리가 높아지고 감정이 상했지만, 되돌아보면 이 갈등은 단순한 의견 충돌이 아니라 각자의 인생 철학이 얼마나 강하게 작용하는지를 보여준 순간이었습니다.
쉽게 풀리지 않는 대화. 부부의 부동산 공부 시작.
집 문제는 단순한 생활비 조정과는 달랐습니다. 평생 모은돈을 한 곳에 투입하는 결정이라 부담감이 만만치 않았고, 그래서 그 어떤 결정보다 치열하게 논의하고, 쉽게 합의하지 못했던 주제였습니다. 저희 부부는 이 일생일대의 선택에 후회하지 않기 위해 서울 아파트 시장을 진지하게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입지, 가격, 정책, 수요공급 구조까지 하나하나 따져보며 공부하기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