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닉의 시대에서 균형 잡힌 삶을 사는 법
나는 절제하지 못하는 편이라 한번 빠지면 헤어나오기 힘들다. 술, 담배는 물론이고 탄산음료, 게임, 심지어 가끔하는 도박까지. 이런 중독들이 나의 삶을 알게 모르게 좀먹고 있다는 걸 느낀 순간이 있었다. 술을 마시면 인사불성이 되고, 하지 않아도 될 실언을 하며, 아내와의 관계도 점점 소원해졌다. 중독의 심각성을 깨닫고 벗어나기 위한 방법을 찾던 중, 내 눈에 들어온 책이 바로 『도파민네이션』이다.
도파민이란?
도파민은 인간 뇌의 신경전달물질로, 1957년에 처음 발견되었으며 특정 행동이나 약물의 중독 가능성을 측정하는 중요한 지표가 되었다. 예를 들어, 특정 행동이나 약물이 도파민을 더 많이, 더 빠르게 분비할수록 중독성은 더욱 커진다. 초콜릿을 먹을 때 도파민이 55% 증가하고, 성행위는 100%, 니코틴은 150%, 코카인은 225%까지 증가한다고 한다. 이렇게 도파민이 급격히 상승하면 우리는 더 강한 쾌락을 갈망하게 되고, 결국 중독의 늪에 빠진다.
우리몸의 쾌락고통 시소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핵심 개념은 쾌락과 고통이 뇌의 같은 영역에서 처리된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 쾌락과 고통은 시소의 양 끝에 있는 사람들과 같다. 우리가 쾌락을 경험하면 도파민이 분비되면서 시소는 쾌락 쪽으로 기울어진다. 그러나 시소는 평형을 유지하려는 특성이 있어, 결국 반대편인 고통 쪽으로 기울어지려 한다. 즉, 쾌락이 클수록 그에 따른 고통도 커지는 법이다. 이 원리를 이해하면 우리가 왜 같은 자극을 반복해도 점점 더 큰 자극을 필요로 하는지 알 수 있다. 처음에는 작은 즐거움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같은 강도의 쾌락으로는 만족할 수 없게 된다. 반면, 쾌락 후 찾아오는 갈망과 공허함은 점점 길어지고 강해진다. 결국, 우리는 더 강한 자극을 찾아 헤매게 되고, 중독의 수렁에 빠지게 된다.
중독에서 벗어나는 법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자는 중독 대상에서 충분한 시간을 두고 멀어지면 뇌가 다시 균형을 찾을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단순히 중독에서 벗어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고통을 마주하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간헐적으로 고통을 경험하면 시소는 반대로 기울어지고, 이를 통해 우리는 고통에 덜 취약해지며, 오히려 쾌락을 더 깊이 느낄 수 있게 된다. 대표적인 예로 저자는 찬물 샤워와 러너스 하이를 들었다. 또한, 자신의 중독을 주변 사람들에게 솔직하게 고백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특히 『도파민네이션』에서 강조하는 중요한 개념 중 하나는 '도파민 단식'이다. 이는 일정 기간 동안 중독을 유발하는 자극(예: SNS, 게임, 음식, 알코올 등)을 차단함으로써 뇌가 다시 본래의 균형을 되찾도록 돕는 방식이다. 강렬한 쾌락을 줄이고 자연스러운 보상을 통해 기쁨을 찾는 것이 핵심이다. 저자는 이를 통해 우리의 뇌가 다시 민감해지고, 작은 즐거움에도 만족할 수 있는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중독 극복을 개인의 의지만으로 해결하려 하기보다 '공동체의 힘'을 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중독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도움을 요청하면, 사회적 지지 속에서 변화의 동력을 얻을 수 있다. 중독이란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타인의 이해와 도움을 받을 때 더욱 효과적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쾌락을 느끼는 영역에서 고통도 함께 느낀다'는 점이었다. 즉, 적절한 고통은 오히려 균형 잡힌 삶을 사는 데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요즘 나에게 고통이란 운동, 독서,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기, 야식 먹지 않기 등이다. 도파미네이션을 읽은 후 이를 실천하기 위해 오늘 평소에 가보지 않던 서점을 찾아 가보았다. 서점에서 있는 시간은 다소 따분했지만 다른 자극적인 것들이 머릿속에서 사라지고, 정신적으로 디톡스 되는 느낌을 받았다. 앞으로도 이 점을 명심하고, 쾌락을 느끼기 전에 적절한 고통을 수반하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