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자금대출은 누구를 위한 제도인가?
저는 전세자금대출이 겉으로는 무주택 서민을 위한 주거 지원책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임대인을 위한 정책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국가는 서민의 주거 안정을 목적으로 전세자금을 대출해주지만, 그 자금이 전세가격과 매매가격을 끌어올리는 구조 속에서는 오히려 임대인이 혜택을 누리게 됩니다. 집주인은 세입자가 받은 전세자금을 통해 자기 자본을 거의 들이지 않고도 집을 소유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무이자에 가까운 방식으로 투자 수익을 얻는 셈입니다. 이러한 구조는 임대인에게 매우 유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전세자금대출의 급격한 증가
2004년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출범 이후 전세자금대출 제도가 본격화되었으며, 전세시장에 대한 보증과 대출 규모도 꾸준히 확대되어 왔습니다. 특히 전세금 반환보증을 담당하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 잔액만 보더라도 2024년 기준 120조 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여기에 SGI서울보증과 HF한국주택금융공사를 포함한 3대 보증기관의 보증 잔액을 합산하면, 전세자금과 관련된 금융노출 규모는 이를 훨씬 상회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는 전세시장이 단순한 임대차를 넘어 거대한 금융시장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이며, 그 유동성이 전세가격과 매매가격 모두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으로 이어집니다.
전세가격 상승과 서민의 부담
이러한 대출 확대는 오히려 전세가격 상승을 자극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전세금이 상승하면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임대인은 더 높은 전세금을 요구할 수 있었고, 세입자는 대출을 통해 이를 감당해야 했습니다. 이는 결과적으로 전세금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고, 무주택자의 부담이 오히려 커지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갭투자와의 연관성
갭투자는 매매가 대비 소액의 자본만으로 주택을 매입하고, 나머지는 전세금으로 충당하는 투자 방식입니다. 전세자금대출의 확대로 세입자가 높은 전세금을 감당할 수 있게 되면서, 갭투자자에게는 이상적인 환경이 조성되었습니다. 다주택자는 사실상 무이자에 가까운 방식으로 추가 주택을 매입할 수 있었고, 이는 매매가격 상승의 또 다른 원인으로 작용했습니다.
무주택자서민 아닌 임대인의 이익
전세자금대출은 애초 취지와 달리, 다주택 임대인의 자산 확대 수단이 되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상승하면 매매가도 동반 상승하는 경향이 있어, 대출로 공급된 유동성이 매매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습니다. 결국, 전세자금대출 구조 속에서 계속 임차인으로 머무는 것은 장기적으로 손해일 수 있습니다. 시장 구조가 임대인에게 유리하게 설계되어 있다면, 그 구조 속에서 나도 ‘소유자’가 되는 전략을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이것이 지금 서울에 내 집을 가져야 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
왜곡된 정책의 현실
결국 전세자금대출은 혜택은 임대인이 가져가고, 부담은 임차인이 떠안는 구조로 변질되었습니다. 이 제도가 ‘임대인을 위한 정책’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입니다. 주거 안정을 위한 제도가 시장 구조 속에서 어떻게 왜곡될 수 있는지에 대해, 다시 한 번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시점입니다.
※ 본 글은 삼토시(강승우) 작가의 『상급지 입성 마지막 기회가 온다』에서 일부 인용되었으며, 필자 역시 동일한 문제의식을 공유합니다.